꼴통 야구선수
저는 김상남입니다. LG트윈스 소속이고 3년 연속 MVP를 받은 대한민국 최고 투수 중의 한명입니다. 그런데, 이 놈의 술이 문제입니다. 음주 폭행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징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숙하는 의미로 청각장애인 학교 '충주 성심학교'의 코치직을 맡았고 이제부터 그들과의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충주 성심학교에서의 시작
학교에 와서 선수들을 보니 깝깝합니다. 10명뿐인 야구부에 실력은 생각보다 더 형편없습니다. 야구장 환경도 너무 열악합니다. 이게 무슨 야구부입니까... 야구부를 관리하고 지원해주는 선생님은 두 분이 계시는데, 나주원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입니다. 나 선생님은 처음부터 저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저도 까칠하게 하긴 했죠. 교감 선생님은 봉황대기 전국 야구대회의 1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약간 어이가 없습니다. 나 선생님, 교감 선생님과 점심을 먹는데, 나 선생님이 급하게 어딜 가십니다. 뭐 때문에 저러시나 했는데, 알고 보니 성심학교의 학생이 다른 학교의 학생을 폭행해서 경찰서에 잡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 알고보니 중학교 때까지 투수로서 엄청 잘하다가 갑자기 청각 장애가 와서 야구를 그만뒀다고 합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중학생과 연습 경기를 한답니다. 저도 일단 그 경기를 지켜보기로 합니다. 제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에 나왔더니 나 선생님이 잔소리합니다. 충주성심학교 유니폼이 아니고 엘지 유니폼을 입었다고... 선수들 경기하는 거 보니 한심합니다. 어휴... 중학생들한테도 이기기 어려운 실력입니다. 그 와중에 홈런 치는 타자가 있긴 합니다. 다행입니다. 아이쿠야! 투수 철승이가 상대편 타자의 공에 맞았습니다. 큰 부상이 아니어야 할 텐데요... 결국 철승이는 야구를 그만둔다고 합니다. 또 안타깝습니다. 이제 야구부에 9명뿐이니 야구부를 유지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어쩌다가 교장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엿들었는데, 야구부를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야구 선수로써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에, 열심히 투구 연습을 하는 한 학생을 보게 됩니다. 그 학생은 차명재라고 중학교 때 유망주였고 얼마 전에 폭행 사건을 일으켰던 학생입니다. 옛날 생각이 납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는 야구에 미쳐서 야구만 하고 살았었습니다. 차명재 저 녀석을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날, 명재를 운동장으로 불러내서 저의 풀 파워 투구를 보여줍니다. 명재를 충분히 이끌어 줄 수 있는 실력임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명재는 야구팀에 합류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제가 이렇게 마음먹으면 뭐든 잘합니다.
우리의 적은 우리를 불쌍하게 보는 팀이다
이제 애들을 제대로 가르쳐야겠습니다. 일단 체력부터 키워야겠죠. 저는 이 아이들을 장애인으로 보지 않고 정상인들과 똑같이 훈련시킬 겁니다. 그렇게 해서 강하게 키워낼 것입니다. 운동장을 50바퀴 뜁니다. 애들이 힘들어합니다. 당연히 힘들죠. 하지만 해야 합니다. 수비 연습도 체계적으로 시킵니다. 무작정 열심히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연습을 해서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나 선생님은 저한테 계속 잔소리하고 짜증 냅니다. 애들을 너무 힘들게 훈련시킨다고. 이 분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지금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좀 알려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진짜 고등학생하고 연습경기 한 판 해야겠습니다. 상대팀은 군상상고입니다. 아는 선배에게 부탁해서 시합을 잡았습니다. 경기는 시작되고 우리 명재는 1회부터 엄청나게 얻어터집니다. 당연하죠. 투수와 포수가 서로 자기 생각대로 던져야 한다고 싸우기도 합니다. 저는 투수가 던지고 싶은 대로 던지라고 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명재는 성심학교 내에서도 자기는 다르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결코 다른 선수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군상상고 애들은 이제 이 게임이 시시해집니다. 그러니 이 놈들이 우리 학교 애들을 봐주기 시작하고 대충대충 경기합니다. 저는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옵니다. 상대편 더그아웃으로 갑니다. 감독님께 양해를 구하고 선수들에게 한 마디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게임에 임해주는 것이 우리 선수들을 돕는 것이라고... 동정하지 마라고. 화도 좀 내면서 말했습니다. 그 후로 선수들은 열심히 했고 우리 팀은 32:0으로 집니다. 실력 차리는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더 강해지면 됩니다. 저는 우리 선수들을 경기장에서 학교까지 뛰어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내면의 소리를 밖으로 터뜨리라고 감정을 실어 말해줍니다.
이제 강해지자
선수들은 자율적으로 훈련도 하고 점점 강해집니다. 스스로 사인을 만들어 팀 플레이도 하네요. 기특합니다. 이제 달리기도 저보다 잘합니다. 체력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뿌듯합니다. 선수들이 많이 발전했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애들 음료수 사주려고 들린 가게의 TV에서 어이없는 뉴스를 들어버렸습니다. 제가 영구 제명되었다고 합니다. 참, 제 죄가 크긴 컸나 봅니다. 성심학교에서는 저를 핑계로 야구부의 훈련을 중지시켜 버립니다. 이건 말이 안 되죠. 저는 저고 선수들은 야구를 해야 하니까요. 저는 이사회 회의를 하고 있는 교장실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한 마디 합니다. 왜 남을 핑계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결정을 해버리냐고 소리 지릅니다. 진짜 치사한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회의실을 나와서 건물을 나가려고 합니다. 그때 우리 선수들이 건물 입구에 와서 무릎 꿇고 애원하네요. 마음이 찡합니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의 호소에 야구부의 유지를 결정하네요. 천만다행입니다.
성심학교 선수들의 투지와 열정
우리는 이제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에 출전합니다. 시합 전에 우리 선수들과 경기장을 찾아왔습니다. 감동적인 얘기를 해주다가 야구 글러브에 사랑이 있다고 말해줬습니다. GLOVE에도 LOVE가 있다고. 멋지지 않습니까? 다음 날, 우리는 1차전을 맞이합니다. 상대팀은 군상상고입니다. 지난번의 패배를 되갚아줄 기회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1회 초에 우리가 2점을 먼저 뽑습니다. 이럴 수가!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많이 좋아졌네요! 명재가 1회 말에 5점을 주긴 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열심히 해서 9회까지 6:6으로 동점입니다. 감격입니다. 연장전으로 경기를 이어갑니다. 그런데, 명재의 손가락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습니다. 더 이상의 투구는 힘들어 보입니다. 저는 선수들에게 얘기합니다. 32:0으로 졌던 팀이 이 정도까지 했으면 엄청 잘한 것이라고...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하지만 선수들은 의지를 불태우네요... 명재도 1승을 위해 끝까지 하겠다고 합니다. 그래, 함 해보자!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 회까지 잘해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싸인 미스로 1점을 주고 패해하긴 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나의 야구를 위해
시간이 좀 지났습니다. 저는 이제 성심학교를 떠나 저의 야구를 하러 갑니다. 한국에서는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으니 일본으로 가려고 합니다. 거기서 제 야구의 미래를 펼치려고 합니다. 저도 성심학교에서 많이 배웠으니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공항에서 출국을 기다리는데, 우리 선수들이 모두 야구공 하나씩 들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싸인을 해달라고 합니다. 자신들은 싸인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나 선생님도 오셔서 저의 성공을 빌어줍니다. 너무나 고마운 우리 성심학교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저는 더욱 열심히 야구하겠습니다. 성심학교 아이들은 1승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있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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